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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환경분담금, 10년째 국회 문턱 못넘는 이유 '국민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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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6년 8월 3일(월) 오후 5시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결)

[시사매거진 제주-아이엠 오피니언]
"인과관계·형평성·국민정서"…정부·국회가 든 세 가지 반대 논리
세금과 다른 부담금의 조건, 헌재가 요구하는 "밀접한 관련성"
'입도세'라 불리는 순간 통행료가 된 환경보전분담금 10년史
유보된 제주 환경보전분담금, "제주를 지키는 돈은 누가 낼까"

법무법인 결 김정은 변호사.자료사진법무법인 결 김정은 변호사.자료사진

◇류도성> 오늘 주제가 '오버투어리즘과 환경보전분담금'입니다. 여름 성수기라 그런지, 요즘 제주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다는 게 실감이 나는데요.
 
◆김정은> 저도 얼마 전에 주말에 맛집 갔다가 관광객들로 보이는 분들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냥 나왔던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도민들 마음이 참 복잡한 게, 관광은 제주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잖아요. 
 
관광객이 줄었다는 뉴스가 나오면 걱정이 되고, 그런데 막상 여름 성수기에 쓰레기며 교통이며 일상이 불편해지면 또 한숨이 나오고요. 오늘은 이 복잡한 마음의 한가운데에 있는 제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벌써 10년째 논의만 하고 있는 '환경보전분담금'입니다.
 
◇류도성> 먼저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부터 짚어볼까요.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김정은> 말 그대로 '과잉 관광'입니다. 한 지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용 범위를 넘어서 관광객이 몰리면서, 환경이 훼손되고 주민의 일상이 침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주는 인구 70만 남짓의 섬에 한 해 1,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들어옵니다. 
 
관광객이 머무는 동안 쓰레기를 배출하고, 하수를 내보내고, 도로를 이용하죠. 그 처리 비용은 고스란히 제주의 몫입니다. 쓰레기 처리장도, 하수처리장도 포화 상태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고요. 중요한 건, 이 비용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논의를 하든 안 하든, 누군가는 지금도 그 비용을 내고 있어요.
 
◇류도성> 그래서 나온 게 환경보전분담금이라는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인가요?
 
◆김정은> 관광객처럼 제주에 들어와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사람들에게, 그 부담의 일부를 나눠서 내게 하자는 제도입니다. 논의 자체는 2016년부터 시작됐고요. 2018년에 타당성 용역이 있었는데, 그때 나온 안을 보면 감이 잡히실 거예요. 
 
숙박은 1인당 하룻밤에 1,500원, 렌터카는 하루 5,000원, 전세버스는 이용요금의 5% 정도였습니다. 4인 가족이 2박 3일 렌터카 여행을 온다고 하면 대략 2만 원 안팎이 되는 거죠. 이렇게 걷으면 시행 3년차에는 연간 1,500억 원 정도가 모일 거라는 추산이었습니다.
 
◇류도성> 흔히 '입도세'라고 부르던데, 세금인가요?
 
◆김정은> 아닙니다. 이게 법적으로는 중요한 지점인데요. 세금이 아니라 '부담금'입니다. 세금은 국민 모두에게서 걷어서 어디에나 쓸 수 있지만, 부담금은 특정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걷어서 그와 관련된 특정한 목적에만 써야 합니다. 환경 부담을 주는 사람에게 걷어서 환경 보전에 쓴다, 이런 구조인 거죠. 
 
그리고 부담금은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따라 반드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조례만으로는 못 만들어요. 그래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 문턱이 바로 국회입니다. 2021년 말에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류도성> 왜 10년 넘게 못 넘고 있는 건가요?
 
◆김정은> 정부와 국회가 제동을 걸어온 논리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인과관계입니다. 관광객 한 명이 환경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느냐는 거죠. 헌법재판소 판례도 부담금이 정당화되려면 돈을 내는 사람들과 그 돈이 쓰이는 목적 사이에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 금액 산정의 근거입니다. 왜 1,500원인지, 왜 5,000원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요. 셋째가 형평성입니다. 제주가 걷으면 경주는요? 설악산은요? 전국의 관광지들이 다 걷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류도성> 여기에 국민 정서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같은 나라 안에서 이동하는데 돈을 내라니, 하는 말이 나올 텐데요.
 
◆김정은>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정서에 '입도세'라는 이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이 이야기는 뒤에서 조금 더 드리겠습니다.
 
◇류도성> 해외에는 비슷한 사례들이 있죠?
 
◆김정은> 오히려 해외에서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발리는 2024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국할 때 15만 루피아, 우리 돈 1만 3천 원 정도를 걷고 있고요. 베네치아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5유로의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출국하는 사람마다 1,000엔씩 국제관광여객세를 걷고 있구요. 
 
하와이도 산불을 겪은 뒤에 숙박세에 환경 몫을 얹는 방식으로 이른바 '그린피'를 도입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어요. 이 사례들은 대부분 국경을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상이거나 도시 단위 입장료입니다. 한 나라 안에서 특정 지역이 자국민 관광객에게 부담금을 걷는 사례는 드물어요. 제주의 논의가 유독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류도성> 그런데 최근에 이 논의가 사실상 멈췄다고요.
 
◆김정은> 새 도정이 지난 6월에 유보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금의 경제 상황과 관광 여건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였고요. 사실 전임 도정에서도 같은 이유로 유보됐었으니, 도입 필요성을 말해온 쪽에서도 막상 책임 있는 자리에 서면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게 확인된 셈이죠. 
 
관광업이 어려운 시기에 관광객의 부담을 늘리는 제도를 꺼내기 어렵다는 고민은 저도 이해가 됩니다. 대신 도에서는 저평가된 관광지 입장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류도성> 그 입장료 인상은 분담금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김정은> 법적으로는 훨씬 쉬운 길이긴 합니다. 입장료는 시설을 이용하는 대가라서 부담금처럼 까다로운 정당화가 필요 없거든요. 국회를 거칠 필요도 없고요.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입장료는 그 관광지에 들어간 사람에게만 걷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제주의 환경 부담은 특정 관광지 안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도로에서, 바닷가에서, 숙소에서 생기죠. 그러니 입장료 현실화는 필요한 일이지만, 분담금이 하려던 일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류도성>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김정은>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째는 이름의 문제입니다. 이 제도는 '입도세'라고 불리는 순간 통행료가 됐어요. 내 나라 내 땅에 들어오는데 왜 돈을 내느냐, 이 반감은 사실 제도의 내용이 아니라 이름에서 나온 겁니다. 
 
법적으로 이 제도는 세금도 아니고 통행료도 아니고, 환경에 부담을 주는 만큼 나눠 내는 부담금이거든요. 그런데 이름이 논의를 결정해 버렸어요. 저는 법률가로서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어떤 제도를 뭐라고 부르느냐가 그 제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류도성> 두 번째는요?
 
◆김정은> 찬반 이전에 설계의 문제라는 겁니다. 저는 걷느냐 마느냐보다, 누구에게 왜 걷어서 어디에 쓰는지를 얼마나 정교하고 투명하게 설계하느냐가 본질이라고 봐요. 아까 말씀드린 헌법재판소의 기준, 그러니까 내는 사람과 쓰이는 곳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라는 건, 결국 "당신이 낸 돈이 정확히 여기에 쓰입니다"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걷은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명분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그게 보이면, 발리나 베네치아처럼 관광객도 받아들여요. 10년의 논의가 제자리였던 건 반대가 세서라기보다, 이 설계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류도성> 마지막 세 번째는 뭔가요?
 
◆김정은> 도입을 유보해도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분담금을 걷지 않는다고 해서 쓰레기 처리 비용, 하수 처리 비용이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 돈은 지금 도민의 세금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논의의 진짜 질문은 "관광객에게 돈을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제주를 지키는 비용을 누가 낼 것인가"입니다. 
 
지금처럼 도민이 전부 낼 것인가, 아니면 제주를 누리는 사람들이 함께 나눠 낼 것인가. 제도는 일단 멈췄지만, 이 질문은 없어지지 않았어요. 저는 경기가 나아지고 관광이 회복되면 이 질문이 반드시 다시 올라올 거라고 봅니다. 그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려면, 멈춰 있는 지금이야말로 설계를 다듬어 둘 시간이 아닐까요. 논의가 멈춘 것과 질문을 잊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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