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결).자료사진◇류도성> 서귀포 화순금모래해변에 '반려동물 특화해수욕장'을 만든다고 했다가, 용천수가 흐르던 자리를 콘크리트로 덮으면서 논란이 커진 일인데요. 변호사님, 이거 어떻게 보고 계세요?
◆김정은> 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은 제 감상보다, '법적으로 어디가 문제이고, 어디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가'를 차분히 갈라보는 게 청취자분들께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는 '습지에 콘크리트라니' 하고 놀라기 쉬운데, 법은 또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거든요.
◇류도성> 그럼 먼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정리해 주실까요?
◆김정은> 서귀포시가 화순금모래해변 일대에 반려견 수영장이랑 운동장 같은 걸 갖춘 특화해수욕장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어요. 그 과정에서 용천수가 모여 바다로 흘러가는 소하천 구간 일부를 콘크리트로 메웠습니다. 공유수면 350미터 구간 중에 한 90미터 정도가 콘크리트로 덮인 걸로 알려졌고요. 그런데 이 자리가, 제주도가 지정해서 관리하는 연안습지 21곳 중 하나였습니다.
◇류도성> 연안습지였다는 게 핵심이겠네요.
◆김정은> 그렇죠. 게다가 환경단체가 현장 조사를 해보니 어류만 15종 가까운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었고, 결정적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기수갈고둥' 수십 개체가 발견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공사를 멈추고 원상복구하라'는 요구가 나온 거예요.
◇류도성> 그런데 이 사업, 서귀포시랑 마을회는 또 입장이 다르다면서요?
◆김정은> 여기서 첫 번째 다툼이 갈립니다. 마을회랑 서귀포시는 '여기는 자연 하천이 아니다, 16년쯤 전에 사람이 만든 인공수로, 그러니까 또랑이다. 토사가 쌓이고 갈대가 우거지고, 쓰레기에 모기까지 생겨서 매년 정비하던 곳이다.'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러니 하천을 매립한 게 아니라 인공수로를 정비한 것이라는 거예요.
◇류도성> 반대로 환경단체는요?
◆김정은> 환경단체는 '출발이 인공수로였든 아니든, 지금은 용천수가 흐르고 다양한 생물이 사는 사실상의 하천이자 연안습지다. 형식이 아니라 실제 생태적 기능을 봐야 한다.' 이렇게 맞섭니다.
◇류도성> 법적으로는 누구 말이 맞는 건가요?
◆김정은> 여기가 제일 오해하기 쉬운 지점인데요. '법정 하천이냐 아니냐'가 모든 걸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천법상 정식 하천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그 안에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으면 그 종은 별도의 법으로 보호받거든요. 즉 '여기는 법정 하천이 아니다'라는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게 곧바로 '그러니 매립해도 된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류도성> 땅의 '이름표'보다 거기 사는 '생물'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거군요.
◆김정은> 정확합니다. 그래서 두 번째 쟁점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류도성> 그 '기수갈고둥'이라는 종이 핵심이겠네요.
◆김정은> 기수갈고둥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 지역에서만 사는, 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한 종이에요.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해 둔 법정 보호종입니다. 우리 법에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게 있는데,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함부로 잡거나, 채취하거나, 서식지를 훼손하는 걸 금지하고 있어요.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류도성> 그러면 이번 공사가 그 법을 어긴 게 되는 건가요?
◆김정은> 바로 거기서 사실관계 다툼이 생깁니다. 환경단체는 '콘크리트로 덮인 구간에도 기수갈고둥이 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매립이 끝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수십 개체가 확인됐으니까요. 반면 마을회는 '기수갈고둥은 여기서 본 적 없고, 한참 떨어진 다른 하류에서 발견되는 종'이라고 반박해요.
◇류도성> 결국 '그 자리에 그 종이 실제로 살았느냐'를 가려야 하는 거네요.
◆김정은> 맞습니다. 그래서 법적으로는 정밀 조사를 통해서, 매립 구간에 보호종이 서식했는지, 공사로 폐사했거나 서식지가 훼손됐는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실제로 제주를 관할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현장에 나와서 1차 생태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그 조사 결과가 확인되면 야생생물법 위반 문제가 본격적으로 따져지는 거고요. 지금은 '위반이다, 아니다'를 단정하기보다, '조사로 가려지고 있는 사안이다' 정도로 말씀드리는 게 정확합니다.
◇류도성> 변호사님이 신중하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네요.
◆김정은> 법은 심증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 위에서 움직여야 하니까요. 다만 분명한 건, 멸종위기종이 발견된 곳을 충분한 조사 없이 콘크리트로 덮었다면, 그 자체로 행정이 굉장히 위험한 선택을 한 거라는 점입니다.
◇류도성> 생물 보호 말고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던데요.
◆김정은> 네, 사실 법률가 입장에서 더 눈여겨보는 건 이 '절차' 부분이에요. 두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공유수면 문제예요. 바다와 맞닿은 이런 구간은 '공유수면'이라고 해서, 거기에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메우려면 공유수면 관리 법령에 따른 점용·사용 허가나 매립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걸 제대로 거쳤는지가 우선 확인돼야 해요.
◇류도성> 또 다른 절차는요?
◆김정은> 환경영향평가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입지의 사업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라는 걸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번 사업이 그 대상이었는지, 대상이었다면 평가를 거쳤는지가 쟁점입니다. 실제로 민변, 그러니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환경 쪽 위원회도 야생생물법 위반 여부와 함께 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류도성> 절차를 건너뛰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나요?
◆김정은> 결과적으로 환경 피해가 있었느냐와 별개로, 받아야 할 허가나 평가를 안 거쳤다면 그 자체가 행정행위의 하자가 됩니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행정이 '여긴 법정 보호구역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보호구역 지정 여부만 보고 자연환경의 실제 가치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와요. 보호구역으로 지정만 안 됐을 뿐, 생태적으로는 중요한 곳들이 이렇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거죠.
◇류도성> 법의 빈틈이 드러난 사례라는 거군요.
◆김정은>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보호종이라는 '점'은 법으로 지키는데, 그 보호종이 사는 '공간' 전체는 지정이 안 돼 있으면 쉽게 손이 가는 구조인 거예요.
◇류도성> 사실 출발은 나쁜 의도가 아니었잖아요. 반려동물이랑 같이 즐길 공간 만들자는 거였고, 침체된 해수욕장 살려보자는 거였고요.
◆김정은> 맞아요. 그래서 이 사안을 선과 악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쪽에는 반려동물 친화 관광,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분명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을 입장에서는 오래 방치돼 지저분했던 곳을 정비하겠다는 거였고요. 다른 쪽에는 한 번 부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습지 생태계 보전이라는 가치가 있죠.
◇류도성> 두 가치가 부딪힐 때, 법은 어떻게 정리하나요?
◆김정은> 법은 보통 '둘 다 포기하지 말고, 절차를 통해 미리 조정하라'고 요구합니다. 환경영향평가나 허가 절차라는 게 바로 그 조정 장치예요. 미리 조사하고, 의견 수렴하고,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찾으라는 거죠. 그 절차를 제대로 밟았다면, 같은 사업이라도 콘크리트를 덜 쓰거나, 보호종 구간을 피하거나,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류도성> 결국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했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김정은> 저는 그게 이 사안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반려동물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에요. 다만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확인과 절차를 생략했다면, 좋은 의도가 오히려 법을 어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류도성> 지금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김정은> 논란이 커지면서 서귀포시도 반려견 물놀이장 조성 계획은 일단 보류하고, 친수공간 형태로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환경단체와 여러 단체들은 공사 중단을 넘어, 이미 부은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원상복구와 생태복원까지 요구하고 있고요.
마침 이번 달 1일에 새 도정이 출범했죠. 환경단체들은 새 도정이 훼손된 연안습지의 조속한 복원을 지시하고 습지정책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서, 복원을 어떻게 할지, 그리고 도내 다른 용천수와 연안습지는 괜찮은지 전수조사를 할지가 새 도정의 과제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류도성>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이 이 사안에서 기억하면 좋을 점을 짚어주신다면요?
◆김정은> 세 가지로 정리할게요. 첫째, '법정 하천이 아니다'라는 말이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땅의 이름표보다 거기 사는 생물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멸종위기종이 실제로 그 자리에 살았는지는 단정 말고 정밀 조사로 가려야 한다는 것.
셋째, 가장 중요한 건, 환경 피해는 결과만이 아니라 '절차'로 예방하는 것이고, 그 절차를 건너뛴 순간 좋은 의도도 위법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공간도, 그 공간이 깃든 자연도, 둘 다 지키는 길을 절차가 안내해 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