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들과 함께. 이미진 집사 제공■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5년 11월 22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주성안교회 이미진 집사(모래빛 인형극단장)
◆김영미> 제주성안교회 지하에 작은 인형극단 연습실이 있네요.
◇이미진> 원래는 교사실이었는데, 지금은 저희 인형극단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었어요. 인형을 만들고, 연습하고, 또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처음 그곳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단원들과 함께 기도로 시작했어요. "하나님, 이 공간에서 우리를 사용해 달라"고요. 그래서인지 그 공간은 단순한 작업실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인형을 만들다가도 잠시 손을 멈추고 함께 기도하기도 하고, 힘든 이야기를 나누며 울기도 하고, 작은 것에도 함께 웃어요. 단원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따뜻한 응원을 보내줄 때면 이 공간이 정말 하나님이 마련해 주신 자리라는 확신이 생기죠.
◆김영미> 인형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이미진> 저희 인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수작업이에요. 큰 스펀지를 얼굴 모양으로 조각하고, 그 위에 타월지를 붙여 형태를 잡아요. 목과 어깨도 따로 만들어 고정하고, 머리카락도 하나하나 심거나 극세사로 표현하고요. 옷도 직접 만들죠. 마지막으로 표정을 붙여 캐릭터의 영혼을 담아내요. 그래서 인형마다 성격이 다 달라요. 같은 배역이라도 표정과 분위기가 다르고, 만들다 보면 마치 생명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김영미> 단원들이 서로 능숙하게 작업하고 있던데, 모두 전문가인가요.
◇이미진> 전혀요. 대부분 평범한 주부들이세요. 경력이 있거나 전문 교육을 받은 분들이 아니고, 정말 하나하나 배우면서 만들어가는 분들이에요. 제가 예전에 배웠던 것을 토대로 샘플을 만들어 보여드리면 단원들이 그걸 참고해서 스스로 만들어가요.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시고 손을 붙들어 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만큼 사랑이 많이 들어간 인형들이죠.
◆김영미> 현재 몇 분이 함께하고 있습니까.
◇이미진> 현재 단톡방 기준으로 25명 정도 됩니다. 매주 수요일 1시부터 4시까지 함께 모여 인형을 만들고 회의하기도 하고, 바쁜 일정으로 직접 참여하지 못해도 중보기도로 힘을 보태는 분들도 계세요. 대부분 평범한 주부님들이에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운 분들이 아니라 기도하면서 서로 배우고 익히며 만들어가는 공동체입니다.
작업 중인 단원들. ◆김영미> 제작뿐 아니라 녹음, 성우 오디션까지 직접 진행하신다고요.
◇이미진> 네, 모든 녹음을 직접 진행해요. 이번 작품인 '꾸리 마스크의 비밀'에서는 주인공 꾸리 목소리를 찾기 위해 7명이 오디션을 봤어요. 목소리 톤과 느낌이 가장 잘 맞는 분을 선정했습니다. 대사 녹음은 시청에 있는 스튜디오에 가서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효과음도 하나하나 찾아 넣었어요. 녹음된 오디오를 기준으로 인형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제작 순서도 상당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죠.
◆김영미> 그렇다면 인형극 한 편은 어떤 순서로 완성됩니까.
◇이미진> 먼저 주제를 정하고 메시지에 맞는 대본을 씁니다. 그다음 성우 오디션을 진행하고,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효과음을 넣어 완성해요. 이후 본격적으로 인형 제작에 들어가고, 조작팀이 캐릭터의 성격을 살려 움직임을 연구하며 한 달 넘게 연습합니다. 홍보팀은 포스터 제작과 SNS 업로드를 맡고요. 이렇게 모든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인형극 한 편이 완성됩니다.
◆김영미>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꾸리 마스크의 비밀'인데, 소개를 해주세요.
◇이미진> 기존 '달콤이의 여행', '봉봉이의 여행'은 유아 중심이었지만 이번엔 청소년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메시지를 확장했어요. 요즘 힘들고 지친 청소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공연은 12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와 5시, 제주성안교회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빌리지 행사 기간 중에 두 차례 진행됩니다.
◆김영미> '모래빛 인형극단'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습니까.
◇이미진> 창세기 32장 12절 말씀에서 받았어요. "네 씨로 바다의 셀 수 없는 모래와 같이 많게 하리라." 모래 한 알은 작지만 모이면 해변을 이루잖아요. 우리 인형극단의 작은 사역도 모이면 하나님께서 크게 사용하시리라는 믿음으로 '모래빛'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김영미> 인형극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미진> '하나님의 사랑과 따뜻한 위로'입니다. 인형극이 대놓고 하나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사람들은 위로를 받아요. 지친 마음이 풀어지고, 아이들의 눈빛이 밝아지는 걸 보면 그 자체가 복음의 통로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든 인형극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마음의 짐이 조금은 내려졌으면 해요.
◆김영미> 인형극단이 특별히 찾아가고 싶은 곳들도 있다면서요.
◇이미진> 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 미자립 교회, 요양원, 어린이집 등 어디든 찾아가고 싶어요. 아이들이 거의 없는 작은 교회에 가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 '동네잔치'처럼 인형극도 해주고 싶어요. 그 아이들이 처음 교회 문을 두드리는 계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형극이 아이들의 첫 신앙 경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영미> 단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아요.
◇이미진> 단원들의 대부분이 주부들이라 평일 사역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도 모두 자발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계세요. 물질적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음 세대를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 늘 감사하고 벅차죠. 그 마음이 모여 지금의 인형극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미> 집사님의 개인적인 인형극 여정도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달란트가 있었나요.
◇이미진> 저는 원래 피아노를 전공했고, 아이들을 사랑해서 늘 아이들이 있는 곳을 찾곤 했어요. 일산에서 어머니 인형극단에 참여하며 9년간 인형 제작과 조작을 배웠고, 많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때 경험이 지금 제주에서의 사역을 가능하게 한 씨앗이 되었죠.
◆김영미> 공연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을까요.
◇이미진> 문화 혜택이 부족한 지역 학교에서 공연했던 날이 잊히지 않아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모여 인형극을 보고, 끝나자마자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의 눈빛이 지금까지도 저를 울립니다.
제주성안교회 유치부 대상 인형극 ◆김영미> 제주에서 인형극단을 창단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듣고 싶어요.
◇이미진> 제주성안교회 아기학교를 섬길 때 포도나무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이 집에 가서 "우리는 포도나무 가지래요. 예수님께 붙어 있어야 산대요"라고 부모님께 이야기했대요. 어느 부모님이 보내주신 그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 인형극으로 아이들을 살리는 사역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늘 "하나님이 원하시면 말씀으로 응답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요. 그때 송구영신 예배 때 뽑은 말씀이 창세기 32장 12절이었어요. 모래와 같은 다음 세대를 살리라는 말씀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며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인형극단이 만들어졌습니다.
◆김영미> 인형극 사역이 집사님 신앙에는 어떤 변화를 줬을까요.
◇이미진> 예전에는 사회봉사 인형극을 하면서 '혹시 하나님 일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은 그때의 모든 경험을 지금을 위해 예비해 두셨던 거예요. 하나님은 우리가 걸었던 모든 길을 사용하셔서 더 좋은 그릇으로 빚어 가신다는 걸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이렇게 인형극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 같습니다.
◆김영미> 인형극단의 비전과 기도 제목을 나눠주세요.
◇이미진> 저희 인형극단은 제주 지역에서 복음의 문화적 접점을 만드는 문화 선교팀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동심과 위로를 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창단 때 단원들과 다섯 가지 기도 제목도 나눴어요. 다음 세대를 살리는 도구가 되도록, 하나님을 알게 되는 이들이 생기도록, 상처받은 이들이 위로받도록, 모든 공연이 하나님께 영광 되도록, 단원들의 가정에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하도록, 이런 기도제목이었는데요. 작은 인형들이 전하는 큰 사랑을 기억해 주시고요. 모래빛 인형극단의 걸음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그 마음과 비전을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