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장규석 기자지난달 일부 위원 공정성 시비 논란으로 파행을 겪은 제주4·3추가진상조사 사전심의 회의. 급기야 행정안전부는 법제처에 유권해석 의뢰까지 했지만, 법제처는 법률 해석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행안부에 돌려보냈다. 행안부가 자초한 논란을 '셀프검증'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법제처 "법률 해석 대상 아냐" 반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지난 8일 법제처는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제주4·3사건처리과에서 유권해석을 의뢰한 사안에 대해 '반려' 결정을 내렸다. 유권해석을 의뢰한 내용은 지난달 22일 열린 제7차 4·3중앙위원회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회의가 규정상 적법한지 여부다.
4·3특별법 시행령상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4명 이상 9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회의를 열려면 재적 분과위원 과반이 참석해야 한다. 특히 위원 제척·기피·회피 사유로 '위원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이 해당 안건의 당사자인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 재적위원 4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2명이 사전심의 안건이 되는 4·3추가진상조사 보고서 안을 만든 4·3평화재단의 수장이거나 조사팀장 배우자다. 재단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물에 대해 사전심의 해야 하는 분과위원 절반이 심의 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2일 제7차 분과위원회의. 고상현 기자법제처는 이번 안건이 법제업무운영규정상 반려 사유인 △구체적 사실인정에 관한 사항인 경우 △법령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정책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정책적 판단이나 중앙행정기관 사이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봤다. 해당 안건이 법률 해석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법률해석이 필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해 법령 소관 행정기관인 행안부가 정책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될 사안으로 보고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공은 행정안전부에…결과는? 다시 공은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제주4·3사건처리과로 넘어왔다. 현재 행안부 4·3사건처리과는 지난달 분과위원회의가 규정상 문제가 없었는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통상 2~3개월 걸리는 법제처 유권해석 절차를 피하게 됐지만, '셀프 검증'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행안부가 당초 분과위원 7명 중 지난달 임기가 끝난 위원 3명에 대한 선임도 늦고 공정성 시비가 있는 위원이 있는데도 사실상 손을 놔 논란이 생겼는데 자체 검증을 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행안부가 논란이 된 지난 분과위원회의 자체가 문제가 없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그간 중단됐던 전문가 자문기구(검토위원회) 구성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검토위원으로 제안 받은 일부 연구자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어야 응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반면 행안부가 위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분과위원회의는 당분간 열 수 없게 된다. 현재 재적위원 4명 중 2명이 위원 자격이 없으면 정족수가 되지 않아 회의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임기가 끝난 위원 3명에 대한 추가 선임이 이뤄져야 회의가 열릴 수 있을 전망이다.
파행으로 끝난 지난달 분과위원회의. 고상현 기자한편 4·3추가진상조사는 2021년 3월 전부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이뤄졌다. 2003년 확정된 정부 4·3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과 새롭게 발굴된 자료로 재조사가 필요해서다. 조사 대상은 △4·3 당시 미군정의 역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연좌제 피해실태 등 모두 6개 분야다.
추가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이 결정되면 4·3중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고, 국회 보고까지 이뤄지면 정부 보고서로 확정된다. 2003년 이후 두 번째 정부 보고서가 나오는 것이다. 28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됐지만, 사전심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