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4.3추념식에서 올해 안에 추가진상조사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자료사진 지난달 일부 위원 공정성 시비 논란으로 파행을 겪은 제주4·3추가진상조사 사전심의 회의에 대한 법제처 유권해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자초한 논란으로 올해 안에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약속도 빈말에 그칠 우려가 나온다. 법제처 유권해석 절차가 통상 수개월 걸려서다.
◇"법제처 유권해석 통상 2~3개월 소요" 7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제주4·3사건처리과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 유권해석은 법령 해석상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정부 차원에서 법령의 의미를 명확히 해석해 법 집행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제도를 뜻한다.
행정안전부가 유권해석을 의뢰한 내용은 지난달 22일 열린 제7차 4·3중앙위원회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회의가 관련 규정상 적법한지 여부다. 일부 위원의 공정성 시비가 생겨서다.
4·3특별법 시행령상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4명 이상 9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회의를 열려면 재적 분과위원 과반이 참석해야 한다. 특히 위원 제척·기피·회피 사유로 '위원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이 해당 안건의 당사자인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 위원 4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2명이 사전심의 안건이 되는 추가진상조사 보고서 안을 만든 4·3평화재단의 수장이거나 보고서를 작성한 조사팀장 배우자다. 재단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물에 대해 사전심의 해야 하는 분과위원 절반이 심의 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지난달 파행으로 끝난 제7차 분과위원회의. 고상현 기자법제처는 현재 '법제업무운영규정(26조)'상 법령해석 요건에 맞는지 검토하고 있다. 법령해석 요건에 해당 안 되면 반려되고, 요건에 해당하면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심의 절차가 시작된다. 위원회에는 법제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법조인 출신인 외부위원 등 9명이 참여하게 된다.
구본규 법제처 법령해석총괄과장은 "법제처 유권해석 요건에 해당하면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꾸려지고 심의가 이뤄지는데 통상적으로 이 과정이 2~3개월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정부 약속인데…보고서 올해 나올 수 있나 문제가 된 지난달 제7차 분과위원회의는 재작년 11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열렸다. 지난 6월 3년 6개월의 조사기간이 끝나도록 오랫동안 사전심의 절차 없이 보고서 초안이 행정안전부에 제출된 터라 중요한 회의였다. 하지만 회의 자체가 규정 위반 소지가 있어서 논란으로 이어졌다.
결국 법제처 유권해석까지 받게 된 데에는 행정안전부 4·3사건처리과의 책임이 크다. 당초 분과위원은 7명이었지만, 지난달 회의 전까지 이 중 3명의 2년 임기가 끝났다. 새 위원에 대한 선임절차도 늦을뿐더러 공정성 시비가 있는 위원이 있는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4·3연구자는 "현재 불거지는 문제들이 다 예상 가능했던 문제다. 행정안전부는 분과위 회의가 제대로 열릴 수 있도록 사전에 문제 소지를 없애야 했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장규석 기자법제처 유권해석 절차가 시작되면서 전문가 자문기구인 검토위원회 구성 논의나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초안에 대한 사전심의는 모두 멈춘 상태다. 오는 10월이면 나머지 분과위원 4명의 임기도 끝난다. 법제처 유권해석 향배에 따라 분과위 사전심의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와 올해 4·3추념식에서 정부 대표로 '올해 안에 4·3추가진상조사를 끝내 희생자 유가족의 한을 풀겠다'는 약속도 지켜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편 4·3추가진상조사는 2021년 3월 전부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이뤄졌다. 2003년 확정된 정부 4·3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과 새롭게 발굴된 자료로 재조사가 필요해서다. 조사 대상은 △4·3 당시 미군정의 역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연좌제 피해실태 등 모두 6개 분야다.
추가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이 결정되면 4·3중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고, 국회 보고까지 이뤄지면 정부 보고서로 확정된다. 2003년 이후 두 번째 정부 보고서가 나오는 것이다. 28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됐지만, 사전심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 고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