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박혜진> 제주도의 예술진흥을 위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주관하는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이 올해로 개관 37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느 때보다 다양한 무대들을 도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는 이희진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과 얘기 나눠봅니다.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죠.
◆이희진> 제주문화예술진흥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소속의 문화예술기관이고요. 대극장, 소극장, 놀이마당 공연장 3개와 3개의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을 기반으로 자체 기획공연과 기획전시. 지역 예술단체의 대관 공연과 대관 전시, 협력 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 청년작가들의 창작과 자생 성장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고자 제주 청년작가전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니어합창테라피라는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도립 무용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원장님이 부임하면서 진흥원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데 어떤 부분에 관심을 많이 두셨는지요?
◆이희진> 제가 가진 경영철학이랄까 이런 것들을 차분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사에 마찬가지겠지만 인정과 존중을 기본으로 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오류를 지적하거나 지시할 것이 있다 하더라도 먼저 상황 설명을 듣고 직원의 입장이나 의견을 듣고서 협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제 의도가 얼마큼 전달되고 만족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박혜진> 원장님이 현안으로 공간 부족과 시설 노후화 문제를 비롯해 행정 중심 구조에 따른 전문 인력부족 문제를 꼽아주셨습니다. 먼저 공간부족과 시설 노후화 문제 현재 상황과 어떤 개선의 노력들 이뤄지고 있습니까?
◆이희진> 저희가 개관한 지 4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간 부족 문제가 첫 번째 떠오르는데요. 현재 문예회관 부지는 공원지구에 속해 있어서 신축이나 확장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현 상태에서 외형적 구조는 유지하되 노후된 시설을 보강하고 여유 공간을 개발하고 장비 현대화를 순차적으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산공원 전체를 아우르는 제주생태역사문화공원 사업에서 종합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금도 계속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주차장 문제입니다. 특히 기본 주차 면수는 공간 부족으로 한계가 있지만 앞에서 제주생태역사 문화공원 사업에서 지하 주차장 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차 면수는 그때 해결할 수밖에 없고요.
지금 공연과 전시가 많은 주말에 며칠씩 장기 주차하는 차량들이 있어서 이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주차 관제 시스템을 추진 중입니다. 이것이 해결되면 공연이나 전시하는 예술가들과 관람객 여러분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희진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박혜진> 행정 중심 구조에 따른 전문 인력부족 문제도 어떤 상황인지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희진> 중요하고 시급한 게 있습니다. 극장에서 관객을 관리하는 하우스 매니저라는 직책이 있습니다.
무대 기술 분야에 음향, 조명, 무대 감독이 있듯이 관람객을 위한 안내, 로비의 편의성, 안전 관리 등을 담당하는 공연장에서 아주 중요한 전문 인력입니다. 저희 문예회관에는 이 직책을 가진 전문 인력이 없어서 이 부분을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진흥원 발전 방안 연구나 토론에서도 늘 제기돼 온 부분입니다. 현재 제주도와 긍정적으로 협의 중에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공연기획, 극장경영 분야에 전문 직종을 제주에서 도입했으면 하는 제안을 드립니다. 전시 분야의 학예사와 같은 직종이 있었으면 합니다.
현재는 일반 공무원 신분으로 공연기획을 담당하기 때문에 제주도 전체 공무원 인사 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서 제주도내 전체 공공 공연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제주도의 정책 차원에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혜진> 올해 원장님께서 계절별 시즌제를 시범 운영하고 총 18개의 분야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반응이 좋던데 이 시간에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희진> 문예회관 공연 분야 시즌제를 위한 시범 사업을 올해 시도하고 있습니다. 시즌제 프로그램을 기본 축으로 삼고 여기에 도민 선택권을 위한 장르 다양화, 세대별 맞춤형 공연 확대를 기획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매월 1~2개 공연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선 시즌제를 말씀드리면 2월에 신년 음악회로 빈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4월에는 제주 4.3 77주년을 맞이해 제주 4.3과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공연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4월에는 제주 4.3을 중심으로 시각 분야 전시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세월호의 아픔까지 담아내는 기억의달 예술제로 확장하고 좀 장기적으로 시즌 축제로 정착하고자 합니다. 5월에는 어버이날을 맞아서 치매에 걸린 노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The father'라는 연극을 올렸는데요. 굉장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내년에는 어린이날까지 연계해서 가정의 달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10월에는 성악을 기반으로 하는 '가을 동화 in 제주'라는 영상 라이브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1월에는 국비지원 사업으로 100년 전 유성기 음반을 되살린 국립국악원의 '경성 유행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2월은 성탄 전야에 대극장의 대형 재즈공연과 마지막 주말에 제주청년 예술인들의 집단즉흥 '제주청년음악열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묶어서 송년음악회라는 기획으로 시즌제를 정착시키고자 합니다.
◇박혜진> 제주의 문화예술계에서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들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희진> 문화복지가 강조되고 생활문화가 확대되면서 향유자 중심의 지원 정책이 중심을 이룹니다. 주민의 문화향유가 확대되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지만 문화예술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한쪽만 비대해지는 아주 어색한 기형을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생산·유통·향유가 각각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 각 부분별로 균형과 흐름이 원만한지 잘 살펴야 되는데요. 이 문화복지, 향유만 강조하다 보니까 무료 관람이나 매우 낮은 가격의 공급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죠. 이건 예술 시장 형성을 막는 효과를 낳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전업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팔아서 생계도 유지하고 재생산에 투자할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겁니다. 공공에서도 일정 정도 시장 형성을 위해 무료나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수요자 중심의 문화복지정책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관람료가 부담스러운 소외계층한테는 초청공연을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확장하고요. 더 나아가서는 관람료를 낮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력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에게 문화를 관람할 수 있는 문화 바우처가 있지 않습니까? 향유자 입장에서는 공공의 그런 지원 정책으로 부담 없이 공연을 볼 수 있고 좋은 공연을 만든 단체는 그만큼 시장에서 수입을 얻으면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희진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 ◇박혜진> 앞으로 임기 내에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요?
◆이희진> 제가 도립무용단 단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이 도립무용단의 단원들과 지역 예술인들 무용수 중심이겠죠. 지역 예술인들과 협업하는 실험 무대를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도립무용단의 조직 안정성과 무용수들의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 무용수와 안무자들에게 작은 실험의 기회를 공공 공연장에서 주었으면 하는 거죠.
이를 통해서 도립무용단이 사회적 기여도 하고 도내 예술계와 도민들한테 존재감도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또 도내 청년 기획자들과 함께 협력 사업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문화예술진흥원의 행정력, 시설을 활용해서 지방자치제에서 얘기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 있잖아요. 이런 방식으로 자율적 기획 프로그램을 청년들한테 제공해서 도내 청년 기획자들이 공공과 협력 사업을 해보는 경험도 쌓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계기도 되지 않겠습니까?
또 한글날과 제주어를 한데 묶는 예술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자는 예술 창작의 기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면서 제주어의 중요성과 보존 활용 가치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는 시즌 축제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