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현승준 교사 유가족 대표 김희철씨◇박혜진>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측의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던 고(故) 현승준 교사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고로 누구보다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은 유가족들인데요. 오늘은 유가족 대표로 김희철 씨를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현재 사고 이후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김희철> 저를 비롯해 모든 가족들이 여전히 비통한 심정으로 지내고 있고요. 제 여동생, 남겨진 두 자녀, 어머니, 누나 그리고 장인 장모님까지 모두 지금 애통한 상태고요. 지금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마음 졸이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조카들은 현재 심리상담을 받고 있고, 여동생 같은 경우잠도 잘 못 자고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같은 경우에도 현재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한숨 쉬기를 하루에도 계속하시고 사건이 한 달이 지금 넘어가고 있는데 남겨진 가족들은 그때 당시로 머물러 있죠.
◇박혜진> 유족측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 가장 답답하고 힘든 건 무엇입니까?
◆김희철> 일단 진상 파악이라고 해서 경찰이 조사해야 되는 부분도 있고 나머지는 교육청, 단체 이런 쪽에서 조사해야 될 내용들이 있는데 저희 유족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고요.
원래 사망사고 같은 경우 이렇게 일이 더디게 진행되는 건지.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 제출한 핸드폰, 노트북 포렌식이 진행 중이고 유서 같은 경우에는 필체 감정 한다해서 국과수로 넘어가서 아직 감정 결과가 어떻게 나왔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고요.
상당히 사회적 이슈가 되었는데도 상황에 대한 브리핑 같은 것도 없다는 게 이런 악성 민원 사건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청 같은 경우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지난 17일 저희가 진상조사단을 꾸려 달라고 요청하자 그때서야 꾸려보겠다라고 하는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박혜진> 현승준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진상조사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김희철> 글쎄요. 저희는 사건이 있기 전까지 정말 평범하게 살아가던 시민이었는데 경찰 조사하면 어떤 결론에 금방 다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큰 사건이 이렇게 더디게 흘러갈 줄은 몰랐고요.
증거 수집은 저희가 몇 가지 사례를 얘기해 드리면서 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는지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조사들이 조사되고 있는지 그런 부분들이 조사가 잘 안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박혜진> 진상조사단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가요?
◆김희철> 현재 진상조사단을 딱 꾸리겠다라고 해서 진상조사단이 꾸려진 건 아니고요. 이제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하게 된 거고 꾸려지게 된다면 유가족 대표인 저 1인, 유가족이 추천한 교원 단체 1인, 교육청 감사관실과 도교육청 정서 회복과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될 것 같은데요.
한 5명~7명으로 구성된다고 얘기를 들었고요. 7월부터 조사가 시작될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
◇박혜진> 유족 입장에서는 진상규명과 관련해 어떤 부분에 관심 두고있나요?
◆김희철> 일단은 고인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가족으로서 진상 조사를 통해 설명되지 않은 많은 부분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라고요.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까지 많은 징후가 있었음에도 교육청과 학교 차원의 대응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다음 정신적, 신체적 고통으로 병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처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명백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민원인의 학교 방문이 예정되어 있던 5월 19일 학교장은 왜 민원인과의 만남에 동석이 어려웠고 학교장과 보호자의 통화 과정에서 그런 민원을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고 선생님에 대한 징계가 거론되었는지 결국 해결되지 못한 민원의 책임을 고인이 모두 지게 되었는지 명백히 조사해 주길 바라고요.
사회적 이슈 되었던 서이초 선생님 사망 사건 등 악성 민원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조사 과정에서 심리부검이라는 게 있는데요. 심리부검을 통해 고인이 왜 돌아가시게 됐는지 심리적 압박과 고통을 충분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의 출석과 지도를 하는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부당한 민원을 제기해서 교육활동 침해에 이르고 결국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한 부분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의 판단으로 교육활동 침해 인정을 받아 고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혜진> 최근에 고인과 학생가족과 나눈 문자를 공개하셨습니다. 공개에 대해서도 고민 많으셨을 것 같은데 문자를 공개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김희철> 일단 경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이런 얘기가 거론되는 부분이 있었고요. 근데 전체적인 문자 내용과 카톡 내용을 살펴본다면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정말 의문입니다.
사건 이후에 가족들이 선생님의 소지품과 전화 기록 등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생님의 사고에는 악성 민원밖에는 이유가 없었고요. 선생님이 건강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학생을 등교시키고 학부모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로서는 너무나 원통하고 속상한 부분이고요.
최근 학부모의 악성 민원 문자 끝에 선생님이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된 부분을 밝혀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아 고민 끝에 공개하기로 결심해 왔습니다. 고인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유복자이다보니 그 누구보다도 학생들의 아픈 면을 알기에 학생들을 누구보다 더 위하고 배려하며 지도했습니다.
학생 지도 또한 교사의 역할 아닙니까? 담배 피우고 무단 결석하고 진료 확인서도 제대로 갖고 오지 않는 학생을 지도하고 학교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려고 했던 선생님의 노력이 악성 민원으로 돌아와 죽음에 이르게 한 부분은 충분히 밝혀졌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故현승준 교사 유가족 대표 김희철씨◇박혜진> 유족 입장에서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은 뭐라고 보시나요?
◆김희철> 일단 첫째로는 저희가 아직 유서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유서 내용에 고인은 악성 민원인 가족을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을 했고요. 결과적으로 악성 민원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생각이 들고 둘째로는 현재 민원 대응 시스템 또한 사망의 원인이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박혜진>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마련된 제주도교육청의 통합민원대응팀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희철> 일단 통합민원대응팀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이런 안타까운 사고를 막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민원과 선생님에 대한 괴롭힘이 있었는지조차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몰랐다는 부분은 민원대응팀이 유명무실을 떠나서 존재하긴 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선생님들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민원들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유가족들도 부디 이런 억울한 일이 학교 현장에서 다시 벌어지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박혜진>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요?
◆김희철> 민원이라는 게 접수가 되면 민원은 학교 차원으로 받아서 시스템적으로 슬기롭게 대처하여 나갈 수 있게끔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사 개인에게 직접 민원을 넣는 개별 민원 자체를 금지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선생님과 제자. 학부모님 사이에 소통하기 위해서 연락하며 지내면 좋겠지만 이런 사건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선생님이 학생 부모님들과 개인적인 연락을 원하셔도 개별 교사의 개별 대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원에 대해서는 학교나 교육청이 대응해 줘야 하고 선생님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김희철>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학생들이 많은 학생들이 장례식까지 와 주셨고 그 학생들이 자진해서 어떤 메시지를 하는 게 거의 이례적인 사례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선생님이 학교에 헌신한 분이라는 거는 누구도 부정 못하는 사실일 거예요. 그런데 그런 긍지와 자존심으로 지켜내던 그 분이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모든 사정들을 밝히고 선생님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어 어린 자녀들과 남은 유족들이 위안 삼을 수 있도록 그리고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교육 활동 중에 일어난 순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사건이 조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잘못이 있다면 법에 따른 책임과 처벌이 있을 수 있도록 사회가 많이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공존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