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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등대, 100년 동안 빛나는 문화공간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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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등대문화센터 우상임 센터장

[시사매거진제주= 등대문화센터 우상임 센터장]
"피아니스트이자 10년전부터 아코디언 전문연주자로 활동"
"바람 이용해 소리내는 아코디언, 사람 숨소리 비슷해 매력적"
"1인극 무대로 전국과 세계투어 통해 4·3과 해녀이야기 선보여"
"미국·영국·독일 무대에서 만난 관객들에게 위로와 희망 전해"
"100년 이용한 산지등대 공간 문화공간 탈바꿈시켜 호응"
"제주 자생문화공간 더 많아져 지역 예술가들 설자리 더 많아지길"

등대문화센터 우상임 센터장등대문화센터 우상임 센터장
◇박혜진> 오늘은 제주에서 예술가로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주의 역사 문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단체 자작나무숲의 대표인 우상임 씨를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피아니스트, 아코디언 전문연주자, 배우로 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우상임 씨인데요. 아코디언 전문연주자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되세요?
 
◆우상임> 저는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됐더라고요.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하다가 재미있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아코디언을 시작하게 됐는데 사실 피아노라는 악기는 거대하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이나 플룻 이런 악기를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웠어요.

왜냐하면 피아노를 들고 다닐 수가 없잖아요. 어느 날 아픈 친구의 집에 찾아가 멜로디언과 아코디언, 핸드벨로 생일축하 노래도 해주고 파티를 해줬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아코디언을 한번 배워보자 싶어서 2015년 1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을 다니면서 아코디언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박혜진> 아코디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상임> 아코디언은 바람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거든요. 내 숨소리를 내는 것 같은 그래서 위로가 되는 악기인 것 같아요. 또 아코디언은 내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주하는 악기거든요. 아코디언을 안고 연주를 하게 되니까 내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악기가 아코디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혜진> 지난해 1인 음악극 아코디언에세이를 들고 제주와 세계 무대로 나서기도 하셨는데 연주자가 아닌 배우로서 활동해 본 소감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상임> 1인극은 예술가로서 혼자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져야 되잖아요. 예술의 근력을 늘리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들었구요.
 
지금까지 했던 1인극들은 실제적으로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배우라기보다는 제 얘기를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그런 역할을 했던 것 같구요. 일단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가지고 좀 더 연주하고 공연을 하고 조금씩 작품도 늘려가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박혜진> 1인 음악극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우상임> 친구 중 연극 연출가가 있는데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더니 연극화시키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서 아코디언 선율과 살아온 이야기를 덧입힌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한국 현대사 비극을 너무 많이 겪으신 저희 부모님 세대 를 대변해야 되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나의 우산'이라는 작품은 저희 아버지가 피난오셔서 어머니를 만났는데 그 과정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나만의 우산을 갖기 위한 여정을 다룬 스토리구요.
 
두 번째는 저희 어머니가 4.3 유족이시거든요. 어렸을 적부터 외할아버지가 왜 안 계셨시는지 몰랐는데 그런 얘기를 스토리화 시켜서 1인극을 만들었구요. 세 번째는 세계자연유산인 해녀를 작품으로 한번 만들어보자해서 이 3개작품을 가지고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우상임 등대문화센터장우상임 등대문화센터장 
◇박혜진> 관객들에게 어떤 부분을 전하고 싶었나요?
 
◆우상임> 제 이야기지만 우리 주변의 얘기잖아요. 우리가 전해야 될 얘기이고 아코디언 연주를 듣고 누군가는 위안을 받고 누군가는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선율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요.
 
◇박혜진> 전국 투어를 다니면서 여러 관객들을 만나셨을 때 기억에 남는 일은요?
 
◆우상임> 4·3 공연 '붉은 풍금소리' 가 다 끝나고 나서 저희 어머니를 아는 분이 달려와서 저를 와락 끌어안으면서 막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우리 얘기를 대신 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던 경험이 있거든요.
 
공연을 하고 나서 의외로 내 주변에 비슷한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내 얘기 같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제가 대단한 공연을 한다기보다는 내 마음이 전달됐구나. 그분들의 마음을 움직였구나라는 생각에 저도 보람이 있었죠.

◇박혜진> 최근에 독일에서 공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객들의 반응들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우상임> 전국 투어를 통해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0개 도시를 돌았습니다. 해외에 있는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외투어를 작년부터 하고 있거든요. 처음에 미국 시애틀 공연을 마쳤고 영국 런던 공연과 올해는 독일 베를린에 다녀왔는데 또 다른 감동이 있더라고요.  
 
 독일공연은 현지인들보다 베를린 광부 1세대와 간호사들을 위한 공연이었거든요. 저로서는 공연을 해 드리러 갔는데 제가 너무 감사한 거예요. 한국어를 아직 잘 못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한국 학교도 없고 먹고 사느라 바빠서 독일 학교 보내다 보니까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얘기를 하실 때 우리나라에서 이분들을 위해서 뒤늦게라도 뭔가를 해 드릴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박혜진> 지금 제주항을 드나드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던 산지등대에서 카페와 버스킹 공연들도 진행하고 계신다구요?
 
◆우상임> 제주에 계신 분들이라면 산지 등대를 한번쯤 가보셨을텐데요. 지금 등대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센터장을 맡게 돼서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간을 도시재생 일환으로 문화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습니다. 3년째 버스킹을 하고 있는데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씩 토요일마다 오후 5시에 오시면 매번 다른 공연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문화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저는 등대지기처럼 문화지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문화공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매년 8만 명 정도가 다녀가요. 지나다가 들리기도 하고 관광객이 오기도 하고 공연을 보러 오기도 하고 그 공간이 앞으로 100년 동안 문화의 빛을 밝히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상임 등대문화센터장우상임 등대문화센터장
◇박혜진> 앞으로의 계획은요?
 
◆우상임> 저는 항상 재미있게, 의미있게 살자, 이런 생각은 하고 있거든요.

올해는 후반기에 해외 투어 공연을 하나 더 계획하고 있어서 추진 중이고 그것을 위해서 또 연습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등대문화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 산지 등대 문화 공간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은 하루하루 아름답게 이곳을 가꿔 나가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고 앞으로 100년 동안 빛이 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제주의 예술가로서 지금껏 살아왔듯이 앞으로 후배 예술가들이 함께 생존해 나갈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목소리 이런 것을 해야 될 나이가 된 것도 같아서 그런 역할을 함께 만들어가는 제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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