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아 지구반상회 대표◇박혜진> 제주에서 5년째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는 지구반상회의 홍민아 대표를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지구반상회가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소개해 주시죠.
◆홍민아> 말 그대로 반상회 개념인데요. 사실 반상회라는 시스템이 있었잖아요. 2021년에 동료이자 예술가 친구들이 모여서 기후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모이다 보니까 다양한 분야의 멤버들이 모여서 일상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반상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박혜진> 2021년에 기후와 환경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다구요.
◆홍민아>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제가 옷이 굉장히 많아요. 근데 사실 그게 잘못되었다라는 인식을 못하고 살았죠. 실제로 환경 문제의 요인 2위가 옷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소가 옷들을 뜯어 먹고 옷 무더기가 산이 되고, 강이 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죠. 그래서 옷이 큰 문제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평생 잘못해 왔다라는 자기 반성이 있었고요.
이 이슈를 주변 친구와 동료들한테 얘기했더니 동감하고 같이 뭐라도 할 수 있나 해서 시작이 됐어요. 시작은 자기반성에서 사실 지구반상회가 아니라 지구 반성회입니다.
◇박혜진> 어떤 것들 시도해 보셨습니까?
◆홍민아> 저희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환경을 주제로 콘텐츠로 공연도 만들고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를 해 봤습니다. 처음에는 일단 만드는 게 중요해서 저희들의 이슈가 헌옷이었으니까 헌옷으로 전시도 하고 패션쇼도 해봤구요. 그런데 단순한 헌옷이 아니라 우리 스토리를 끄집어내 보자 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표현들을 조금 해봤고요.
토크쇼도 겸해서 굉장히 많은 시도들을 해보기는 했어요. 저희가 처음부터 큰 행사를 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으니까요. 일단 지구반상회를 하기 전과 후가 내가 달라졌다. 어떻게 보면 아주 작지만 큰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홍민아 지구반상회 대표◇박혜진> 특히 어린이를 위한 활동이 인기가 많다고 하던데 어떤 활동인지 소개해 주시죠.
◆홍민아> 어린이 장터를 만들었을 때 어린이를 둔 부모님들이 많이 참여하셨어요. 장터를 열면서 장터 무대도 만들고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제주 자연의 컬러로 뭔가 시도를 해보고 운동회처럼 놀이도 하고 또 환경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들도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업고 와서 많이 참여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박혜진> 지구반상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부담감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드네요.
◆홍민아>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사람들이 모여 행사를 하려면 당연히 예산이 필요하죠. 작년 한 해를 빼고는 자비로 재능기부로 또 회비를 내면서 행사를 해 왔고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실천하는 것들은 그 이후의 문제구요. 몸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힘들게 모아서 했는데 결과물이 눈에 딱 보이는 게 아니어서 지속적으로 하는 게 참 힘들다라는 생각을 계속했고요. 작년에는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지원 사업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상황은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 맞닥뜨린 현실의 문제와 당장의 생업의 문제들이 있지만 바빠도 먼저 챙겨야겠다. 이런 의지와 에너지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박혜진> 지구반상회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전업 활동가들이 아니시다 보니까생업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홍민아> 그렇죠.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박혜진>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참 힘든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 기후위기 문제가 우리 가까이 있구나라고 많이들 느끼셨을 거고 실생활에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홍민아> 최근에 제가 이사를 했거든요. 되도록이면 에어컨을 조금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하면 여름은 더워야 정상이지만 잠깐의 더위도 못 참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 거죠.
아무도 몰라줘도 혼자 에어컨 안 켜고 혼자 최대한 버텨보자. 혹은 선풍기로 버티는 날 재미난 놀이죠. 관점과 인식이 조금씩 변하면 그런 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각한 건 이전의 조상들의 삶의 방식. 보자기에 싸서 다니셨고 수저 첩이 있었고 그 옛날 분들의 방식은 굉장히 자연 친화적이었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요즘 레트로도 유행하고 문화적으로도 소중한 거니까 전통의 방식 안에서 삶의 지혜들을 조금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이 들어요. 이게 새로운 게 아니고 환경과 관련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죠.
◇박혜진> 환경운동단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데 어려움도 많으신 것 같은데 지구반상회는 어떻습니까?
◆홍민아> 다들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힘들지만 꾸준하게 하고 계신 분들이 이제 빛이 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흐름과 유행을 떠나서 어떻게 보면 가장 시급한 문제잖아요.
저희 지구반상회는 동네 카페랄지 서점이랄지 여러 다른 공간들과 협업을 시작했어요. 저희가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이 이슈에 공감한 작은 가게, 작은 모임에도 이 이슈를 공유해서 힘을 만들어보고 싶구요.
이왕이면 지구 기후에 대해서 재미있게 놀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뭔가 할 수 있는 게 예술 분야잖아요. 예술을 도구로 해서 그런 이슈들을 같이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홍민아 지구반상회 대표 ◇박혜진> 앞으로 계획은요?
◆홍민아> 작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제야 조금 실천에 옮기고 있어요. '지구반상회 가져가세요'라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실적으로 함께 모여서 뭔가 하기 힘들다면 지구반상회라는 타이틀로 행사를 하셔도 되고요.
안 하셔도 되고 약간 주변 친구들끼리나 회사에서 동아리들이 모여서 여셔도 되구요. 지구반상회가 여러 모양으로 퍼졌으면 좋겠다. 만약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면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먼저 해본 경험을 나눠드릴 수 있습니다.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이나 서포트하는 방법 등 '지구반상회'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구반상회가 사실 지구 전체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인드로 '지구반상회 가져가세요'프로그램을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5월 18일 어린이들과 장전초등학교 부근에서 어린이 행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