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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 전 소장 "공동체 힘으로 제주4.3 문제 풀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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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

[시사매거진제주=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
"8년간 4.3연구소장으로 4.3 대중화…4.3여성 생활사 총서 5권 발간"
"4.3 피해자 중 여성, 아동 연구 주력 재조명 시키는 데 공헌"
"4.3 여성 피해자 삶, 시와 음악 통해 4.3 예술로 승화시켜"
"4.3다큐영화 '목소리들' 피해 여성 봉인된 아픔 들여다봐"
"4.3 제주 바닷가 피해당한 희생자 위한 작품 쓸 계획"
"4.3 행방불명자 유해발굴, 미군정 책임, 4.3정명 등 과제 풀어가야"

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
◇박혜진> 오늘은 제77주년 4.3희생자추념일입니다. 4.3의 아픈역사가 알려진 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4.3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의 4.3이 있는 것인데요. 오늘은 누구보다 4.3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분을 만나봅니다. 전 4.3연구소장이자 작가인 허영선씨를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올해 4.3을 맞는 느낌은 어떠세요?
 
◆허영선> 올해는 참 갑갑한 해죠.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내란 탄핵정국에서 만난 4.3이고 최근에는 엄청난 산불이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빠뜨리고 있는데요.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맞이하는 추념일인 것 같습니다.
 
◇박혜진> 오랜 시간 4.3연구소장으로 여러 역할들 해오셨는데 의미있었던 일들 소개해주시죠.
 
◆허영선> 연구소장을 8년 동안 맡아서 했습니다. 4.3연구소장을 맡으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했어요. 최대한 4.3을 대중들에게 알려야 되겠다는마음으로 제주국제포럼에 4.3 세션을 포함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고요. 
 
또 대중들에게 4.3을 알리는 강좌들을 몇 차례 열었습니다. 4.3속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 군데 모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4.3과 여성생활사 총서 시리즈를 묶어서 5권에 담았습니다.

공적인 역사에서 여성의 경험은 그다지 중요하게 들어가지가 않아요. 그래서 4.3에서 여성을 반드시 조명해야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4.3과 여성 고통의 기억 그 너머에서라는 제목이 함의하듯이 날 것 그대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채록하고 정리하려고 했고요.
 
또 이분들을 향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과제를 가져야 되는지 우리 스스로가 질문을 던지고 자기 자신에게 이 책이 향하도록 하는 작업들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박혜진> 오랜 시간 4.3희생자들 가운데 여성과 아동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아오셨잖아요. 처음부터 여성과 아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뭔가요?
 
◆허영선> 4.3은 7년 7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3만여 명이 희생을 당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여성, 아동, 힘없는 노약자 이런 분들의 희생이 거의 33.3%를 차지해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좌다 우다 이데올로기에 휩쓸려진 희생양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4.3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어떤 이념적인 것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라도 4.3의 무참함은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었다라는 거. 이 무참함 속에서 행해진 비인간화의 전형이었다라는 거죠. 그런 생각이 늘 떠나지가 않았어요.  

우리가 4.3의 대학살의 규모를 이야기할 때 그 근거로 쓸 수 있는 것은 여성과 아동이다. 그래서 4.3의 무차별 학살의 근거를 제시한다라고 저는 봤습니다.

◇박혜진> 4.3 희생자들을 직접 만나고 연구하면서 느낀 점도 많으시죠?
 
◆허영선> 직접 만나보면은 4.3이라는 게 현재 진행형의 역사라는 것이 제게 전달이 돼요. 지금 살아계신 분들이 90대, 80대 이 분들은 4.3을 목격하거나 경험하신 분들이에요.

그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신 건지 목격하였고, 그들의 부모가 어떻게 희생되었는가를 목격하였고, 그들은 어린 시절에 어떻게 4.3을 겪었고 그 이후의 삶은 얼마나 뒤틀린 인생이고 처참하였는지를 고스란히 이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나타납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내 일생에서 아버지, 어머니라는 소리 한 번만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80이 넘어서 온 가족들한테도 나의 이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고 가슴에 묻어두었는데 오늘 처음 이야기한다는 거라는거죠.
 
그러면서 가슴 속에 깊숙이 숨겨 놓았던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치유가 됐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듣는 것도 하나의 치유가 되겠구나. 그래서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죄 없는 것이 죄였던 시절이고 눈물이 나서 눈물을 흘리면 그것도 죄였고 얼굴이 예쁘면 예쁜 것도 죄고 젊으면 젊은 것도 죄고 중산간에 살면은 산과 가깝게 뭔가 내통하고 있다해서 중산간에 산 것도 죄였구요.
 
그 시대에 제주 섬에서 태어난 죄로 한 인생이 깡그리 무너지고 무참하게 짓밟혔던 그런 4.3이잖아요. 제주도가 늘 이렇게 아름다운 봄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도사린 엄청난 비극이잖아요. 4.3은 우리 삶의 모순을 가장 많이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
◇박혜진> 지난해 개최된 각종 영화제마다 전 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목소리들'이 전국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소장님의 역할이 컸죠?
 
◆허영선> 제가 옆에서 조금 거들어 드린 측면이 있고요. 전국에서 100곳이 넘는 곳에서 영화 '목소리들'이 개봉됐어요. 엄청난 4.3의 하이라이트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4.3이 '목소리들' 통해서 대중들에게 많이 다가가리라고 봐요.

영화 '목소리들' 안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 장면을 저희 4.3연구소가 제공을 했어요. 4.3 속에서 여성들이 겪었던 피해 중 드러내지 않았던 성폭력의 문제입니다.
 
성폭력의 문제를 이 '목소리들'에서도 침묵의 목소리로 그냥 우린 들을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 스스로 눈으로 보았고 가슴으로 받아들였던 그날의 일들을 적나라하게 밝힙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직접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박혜진> 요즘은 4.3과 관련해 어떤 작품을 쓰고 계시나요?
 
◆허영선> 제주 곳곳을 다니면서 보면은 4.3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잖아요. 산과 바다, 동굴, 들판과 집터, 거리 우리가 딛는 제주도 전체는 4.3 기억의 공간이라고 봐야되죠. 요즘은 바닷가 그 가운데 모래밭에서 희생된 분들 많이 떠올리면서 살고 있어요.

그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지금 이 시대에 나온다면 어떤 소리들이 나올 것인가 좀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요. 작품 자체도 표현의 방식이 늘 고민이 되는데 앞으로 지금까지 써온 작품들과 달리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해원하고 이들을 기록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요.
 
저는 저의 시가 이 시대를 살면서 이 서러운 봄날도 겪어보지 못하고 갔던 그들한테 바치는 하나의 진원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작품을 남기고 싶은데 정말 어려워요.
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허영선 전 제주4.3연구소장
◇박혜진> 제주 4.3 앞으로 이뤄져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허영선> 지금 4.3은 상당히 많이 진전됐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던 캄캄한 그 시절부터 반세기가 넘는 동안 침묵을 강요당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가 풀어내야 합니다.
 
스스로 풀려는 의지들을 보인 공동체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고 과제를 하나하나 다 풀어냈어요. 어려울 때는 한꺼번에 우르르 모이는 것. 나의 울담에서 다음 사람의 울담으로 전해지는 공동체 문화 이런 것들이 강해서 4.3이 여기까지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는데요.
 
특별법을 개정하면서 직권재심까지 왔고 배보상 문제까지 왔는데 다 됐어요. 호적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 문제도 지속적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추가 진상조사 보고서가 올해 내로 나옵니다. 여기에서 어떤 진실들이 더 밝혀져야 될지 지금까지 갖고 있는 과제가 어느 만큼 잘 담겨질 지를 봐야 되겠고요.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마지막은 어디에 있었는지가 궁금해요. 유해 발굴을 계속 하면서 우리가 진실을 규명해야 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게 미국의 책임 문제입니다. 미국의 책임 문제를 어떻게 더 진척시키고 가져올 것인지 그리고 지금 논의하고 있는 게 4.3의 이름 정명이죠. 정명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과제라고 보는데 논의의 과정을 통해 좁혀지리라고 봐요.

앞으로 80주년이 다가오는데 그것을 향해서도 우리가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구요. 100주년을 향해서도 더 나아가야 할 준비들이 있는데 풀려지지 않았던 연좌제, 행불인 문제, 마을별 실태라든가 이런 문제들은 추가 진상 조사에서 다뤄지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명되리라고 기대하고 있고요.

중요한 게 있죠. 4.3의 왜곡 문제예요. 왜곡, 비방, 처벌죄 같은 게 국회에 상정 중이지만 반드시 통과돼야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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