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와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10월 이상민 행안부장관을 만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건의했다. 제주도 12·3 내란사태로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제주도는 2026년 7월 출범이라는 목표를 꺾지 않고 있다.
제주도와 양 행정시 32개 부서가 행정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전후한 준비과제와 출범 즉시 시행할 과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정리하고 28개 주요 실행과제가 적기에 해소될 수 있도록 점검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달 안에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기초자치단체를 나누는 데 따른 자치법규 정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사무배분과 재정지원 근거 등 기초시별로 우선 제정해야 할 자치법규 623개를 발굴한 제주도는 지금까지 402개 자치법규 표준안에 대한 초안을 작성해 검토하고 있고 나머지 221개에 대해서는 다음달까지 표준안 작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3개 기초시의 재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제주형 재정조정제도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해 광역과 기초간 재정 배분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2026년 7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가 출범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민투표 실시다. 제주도는 3개 기초시 설치에 대한 찬반을 묻거나 3개 기초시 설치안과 행정시 체체 유지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민이 3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찬성해야만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투표는 필수조건이다.
지난해 8월 열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설명회. 제주도 하지만 12·3 내란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 이어지고 행안부장관도 대행체제가 되면서 주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정부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 조기대선 변수까지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면 두 달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문제는 대선 기간에는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도, 실시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주민투표법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가 치러질 경우에는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에는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도 없고 주민투표를 치를 수도 없다.
가령 이달 중순에 탄핵이 인용될 경우 5월 중순쯤 대선이 치러지게 되고 그 기간에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가 금지된다는 얘기다.
내란사태에 이은 조기대선 변수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주민투표는 실시 여부도, 시기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오영훈 제주지사는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5월 대선이 치러지면 6~7월 주민투표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며 2026년에 예정대로 기초자치단체를 출범하게 한다는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청 전경. 그러나 주민투표가 실시되려면 60일 전에 행안부장관의 요구가 있어야 가능한데 대통령 대행체제의 현 정부가 그 결정을 해줄리는 만무한데다 대선 기간에는 주민투표 발의도, 실시도 금지된다는 점에서 6월 주민투표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조기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야만 주민투표 실시 여부가 결정될텐데 대통령 공약사항에 포함된다고 해도 빨라야 7월 말이나 8월쯤 주민투표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떄문에 올해 하반기쯤 주민투표가 이뤄지면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필요한 후속작업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완료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의회 이남근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새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속히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내년 기초자치단체 출범이 가능하다고 얘기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대섞인 가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타임 테이블상 2026년 7월 기초자치단체 출범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하루빨리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을 목표로 새로운 로드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정빈 성결대학교 교수는 주민투표 시기 불투명과 국정상황 등을 감안할 때 2026년 기초자치단체 출범은 물리적,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2030년을 목표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오영훈 제주지사는 대선이 늦어져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주요 정당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며 2030년 적용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를 결정할 권한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에 새로운 대통령과 행안부장관의 의지가 확고하면 상반기 이후 주민투표가 치러져도 안정적인 준비 여건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