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4월 5일(수)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4.3직권재심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
◇박혜진> 수요인터뷰 오늘은 제주 4.3특별법 개정으로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4.3 수형인 직권 재심을 청구하고 있는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의 변진환 검사를 만나봅니다. 검사님 안녕하세요.
◆변진환> 변진환 검사입니다.
◇박혜진>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서 활동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변진환> 2021년 11월 24일 합동 수행단이 출범할 때부터 활동했는데요. 1년 4개월이 좀 넘은 것 같습니다.
◇박혜진> 처음에는 군사재판을 중심으로 합동수행단이 활동을 시작했던 거잖아요.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거죠.
◆변진환> 그렇죠. 직권재심이라는 제도 자체가 형사소송법에 원래 있었어요. 그런데 검사가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이 다 돼 있는 것을 무죄로 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합동수행단을 만들어 활동한 건 최초입니다.
◇박혜진> 2530명 중에 직권재심 청구에서 무죄를 받은 분은 얼마나 될까요.
◆변진환> 군사재판 같은 경우에는 현재까지 851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요. 761명에 대해서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박혜진> 자료들도 굉장히 방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나하나 다 보고 확인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변진환> 사실 굉장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부분은 자료가 굉장히 많은 반면 어떤 부분은 또 자료가 너무 없고, 없는 것에서 찾아내는 것도 힘들고요. 그동안 4.3평화재단이나 4.3연구소에서 연구를 축적해 놓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연구 자료들도 계속 보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게 국가기록원에 수감 자료나 수용 자료들이 있어요. 수용자 신분증이라든지 재수사, 판결문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런 자료를 확보하고, 한자로 쓰여 있는 걸 해독하는데 고생하고 있죠.
◇박혜진> 한 분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보고 준비하는 기간은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변진환> 청구를 2주마다 하고 있어요. 5차까지 청구할 때는 2주마다 20명씩 청구를 했고요. 6차부터는 조금 더 속도를 올려서 2주마다 30명씩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재심 청구서를 130장 가량 써요. 굉장히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박혜진> 검사라는 위치가 주로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직권재심은 무죄를 입증하시는 것이어서 되게 낯설 것 같기도 한데 일하실 때 어떻습니까.
◆변진환> 제가 합동수행단에 오기 전 검사 역할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서 처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재심 사건을 해본 적이 없어요. 재심 업무를 해 본 검사 자체가 아주 드물 정도로 굉장히 예외적인 업무인거죠. 검사에 임관할 때 저는 피고인이 억울함이 없도록 억울함을 풀어주는 그런 검사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 다시 재심을 해서 무죄를 받아내는 일은 저한테 굉장히 뜻깊고 보람된 일입니다.
◇박혜진> 검사님이 제주 출신이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서의 역할과 마음가짐이 더 진지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변진환> 제가 제주 사람이지만 제주 사람이라고 해서 다 4.3 사건을 잘 알지는 않잖아요. 대학교때 현기영 선생님의 '순이 삼촌'을 읽었지만 잘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대검찰청에서 합동수행단으로 저를 보낼 때 4.3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를 읽고 나서야 4.3 사건을 어느 정도 알게 됐죠. 어떻게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제주도 인구의 10분의1인 2만5천 명에서 3만 명이 이렇게 목숨을 잃고 희생당하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최초 논문은 1975년 미국 존 메리리라는 분이 쓴 하버드 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입니다. 제주도나 한국 사람도 아닌 미국 사람이 쓴 석사학위 논문이 4.3 첫 논문이니까 그동안 4.3 사건을 몰랐다는 게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그래서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일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 많이 하고 정말 사법시험 공부하듯이 공부했어요.
◇박혜진> 일을 하면서 수많은 유가족분들을 만나셨을 텐데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시다면 어떤 분을 떠올리실 수 있을까요.
◆변진환> 어떤 희생자의 따님이셨는데 자기는 태어났을 때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그 당시 사진이 있는 경우가 사실 찾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기록들을 찾다가 마산 형무소 수용자 신분증에 그분 아버님 사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분께 사진을 드렸더니 너무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박혜진> 녹취록이 제주 방언이다보니 해독하는 과정도 참 쉽지 않을 텐데 어떻습니까.
◆변진환> 제주도 사투리를 들어만 봤지 글로 쓰인 걸 잘 읽어본 적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주도 사투리로 한 걸 녹취록을 만들면 저는 글로 쓴 걸 읽는 거거든요. 참 어려웠구요. 또 수형인 명부에 이름과 본적이 쓰여 있는데 성명과 본적이 실제와 다르게 쓰이는 경우도 너무 많았습니다.
한자도 잘못 쓰인 경우가 많고 살던 주소를 본적인 줄 알고 착각해서 쓰는 경우도 있구요. 또 유족들한테 연락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통신사에 조회를 해서 어렵사리 유족들에게 연락하면 직권재심에 대해 설명 드리는 것도 굉장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검찰에서 연락했다고 하면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도 하구요.
◇박혜진>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시죠
◆변진환> 4.3사건으로 제주도민과 희생자분들, 유족들이 70여 년 세월 동안 정말 말 못할 아픔과 고통 속에 인고의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수행단은 이런 아픔들을 잘 이해하고 또 직권재심을 통해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주도청 4.3지원과와 4.3평화재단, 4.3연구소 등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박혜진> 지금까지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의 변진환 검사였습니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