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박정섭="" 기자의="" 제주경제="" 톺보기="">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6월 19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박정섭 기자
◇ 류도성> 제주경제의 흐름과 의미있는 통계 등을 훑고 뒤지고 들여다보는 ‘박정섭 기자의 제주경제 톺보기’시간입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를 들고 오셨나요.
◆ 박정섭> 매출액만 놓고 보면 한해 2조원이 넘는 제주지역 ‘면세점’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 류도성> 면세점 하면 ‘황금알을 낳는’이란 수식어가 곧바로 연상되는데요. 국내 관광1번지답게 도내에도 면세점이 꽤 많죠.
◆ 박정섭> 그렇습니다. 면세점은 외국인면세점과 내국인면세점으로 나뉘는데요. 외국인면세점은 출국할 때, 내국인면세점은 제주에서 나갈 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면세점은 롯데와 신라호텔, 제주관광공사가 각각 운영하고 있구요. 내국인면세점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관광공사가 운영중입니다. 또 제주공항에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출국장면세점 한 곳이 있습니다.
◇ 류도성> 서두에 매출액만 한해 2조원이 넘는다고 하셨는데 각각 도내 면세시장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나요.
◆ 박정섭> 관세청이 밝힌 지난해 도내 면세점의 매출은 2조236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올렸습니다. 신라면세점이 8천679억원, 롯데면세점이 7천541억원으로, 두 대기업의 면세점 매출이 도내 면세점 매출의 7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두 대기업의 매출은 2017년보다 50% 이상씩 오르며 역대 최고를 찍었습니다. 제주관광공사 외국인면세점도 전년보다 2.5배 늘어난 282억원을 올렸습니다.
◇ 류도성> 하지만 내국인면세점의 상황은 정반대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요.
◆ 박정섭> JDC 공항면세점은 5천157억원으로 2017년보다 6% 줄었고, 제주관광공사의 중문면세점도 16% 줄어든 395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15년 577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은 3년 연속 하향세를 보이며 지정면세점의 지역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 류도성> 이유야 어쨌든간에 매출이 이 정도 수준이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지대해야 할텐데요.
◆ 박정섭> 그렇습니다. 매출이 가져온 순이익의 일부가 당장 제주도민 주머니로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하지만 대기업 면세점의 고객 유치전을 보면 결국 중국 보따리상 배만 불려주는 형국이어서 제주도민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걸 기대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아 보입니다.
◇ 류도성> 중국 보따리상이라면 매일 아침마다 외국인면세점 앞에 줄을 서고 있는 수백명의 전문보따리상 ‘따이공’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 박정섭> 그렇습니다. 대기업면세점들의 따이공 판촉전은 출혈경쟁 그 이상입니다. 면세점 개점 전에 줄을 서는 이들에겐 2만원권의 선불카드가 우선 지급됩니다. 또 상품구매 금액대별로 최대 100만원이 넘는 선불카드도 주어지구요. 시간대별로 일정 구매금액을 사들이면 추가로 선불카드가 지급되는 등 다양한 당근이 주어집니다. 선불카드와 송객수수료, 상품할인 등 이들에게 베푸는 다양한 마케팅 비용은 매출의 4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류도성> 이렇다보면 결국 대기업 면세점이 쥐는 순이익도 보잘 것 없어보이는데요
◆ 박정섭> 따이공을 모시기 위한 출혈경쟁에 영업이익이 악화되면서 순이익은 매출의 3%가 채 안될 거란 게 주변 업계의 관측입니다. 결국 재주는 면세점이 부리고, 돈은 따이공이 버는 형국이란 얘기입니다. 돈이 이들 중국 보따리상에게 흘러가다보니 국부 유출 우려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셈입니다.
◇ 류도성> 이익의 지역 환원 부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 박정섭> 이처럼 대기업 면세점 매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지역 환원은 지극히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면세 사업은 정부로부터 관세·부가가치세 등을 면제받고 정부와 제주도 등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정책에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적재원으로 납부하는 특허수수료는 매출액의 0.05% 수준에 불과하고, 매출액의 10% 이상을 납부하는 카지노산업과 달리 제주관광진흥기금 납부 대상도 아닙니다. 반면 교통 체증 유발, 지역상권 피해 등으로 주민 반발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류도성> 제주관광공사 외국인면세점 상황은 어떤가요
◆ 박정섭> 제주관광공사 외국인면세점이 전년보다 2.5배 늘어난 2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앞서 말씀 드렸는데요. 문제는 매출만 늘어났을 뿐 적자가 한해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외국인면세점의 적자액은 41억2천만원으로 2017년 40억5천만원에 이어 2년 연속 40억원대의 적자를 보였습니다. 사드사태 이후 중국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데 원인이 있다지만 똑같은 상황을 맞은 대기업 면세점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류도성>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인면세점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주관광공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죠.
◆ 박정섭> 2016년 2월 문을 연 제주관광공사 외국인면세점은 개점 당시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다는 상상에 직원들의 기대감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당시 개점 5년내 천억원의 매출로 36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 이같은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극도로 나빠졌고, 적자에 몰린 제주관광공사는 2017년 20억원, 지난해 30억원을 제주도로부터 운영비로 지원받았습니다. 면세점으로 이익을 내서 제주관광공사의 존립 이유인 해외 마케팅 비용으로 써야하는데 오히려 제주도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써야 하는 지경까지 이른 겁니다.
◇ 류도성> 상황이 이렇자 제주관광공사가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외국인면세점 운영에 대한 원점 재검토에 나섰는데요.
◆ 박정섭> 그렇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현 상황을 버텨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과감하게 운영을 접어야 하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대기업 면세점과 비교조차 안되는 열악한 상황에서 매년 적자가 나는 걸 굳이 가져가야 하는지를 검토해 운영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물론 100여명의 직원들의 거취가 문제이긴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공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만큼 과감한 결단을 하겠다는 겁니다.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의 특허기간은 2020년까집니다.
◇ 류도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내국인면세점의 경우 이익의 지역환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요
◆ 박정섭> 2002년 문을 연 JDC 지정면세점은 2016년 처음으로 매출액 5천억원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5천158억원으로 3년 연속 5천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5년 천97억원의 순수익을 올린 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순수익 천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6년간 순수익은 1조3천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민지원사업으로 쓴 건 순수익의 5.4%인 714억원에 불과해 도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별다른 경쟁없이 관광제주라는 매개체를 통해 얻어놓고도 제주도민을 위해 쓴 게 과연 뭐냐는 비아냥을 듣는 건 이 때문입니다. 시사매거진>